제1회 장애수기공모전 [우수상_일]

2021-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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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상] 일


김도희



  “내 자녀보다 하루만 더 살았음 좋겠어요”
  발달장애 자녀를 둔 대부분의 부모의 말이다. 

   그러나 나는 다르게 말하고 싶다.
  “ 내가 죽기 전까지 내 딸이 이 지역 사회 안에서 자립하여 이웃들과 같이 잘 살아가기를 원한다.”


  청각과 발달장애를 갖고 있는 딸 김애나는 서울애화학교를 졸업한 후 갈 곳이 없었다. 대부분의 중복장애 학생들은 2년제 전공과를 갔다. 하지만 그 곳에서 직업을 위한 교육을 받기보다 생활 교육을 받거나 돌봄의 목적이 더 컸다.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 전공과를 마치고 난 2년 후의 애나의 삶은 어떤 것을 꿈꿀 수 있을까?


   ‘ 고민 끝에 전공과를 포기 하고 좀 더 빨리 자립을 준비하기 위해 서귀포로 이사를 했다. 왜 서귀포 인가 하면 서귀포 시는 발달장애인이 살아가기에 적당한 크기의 도시이고 아름다운 자연 환경은 물론 사람들도 여유가 있어 애나가 살아가기에 적합한 곳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2016년 처음에는 서귀포에서 애나와 둘이서 도토리집이라는 펜션을 시작했지만 애나는 또래 친구들이나 사람들과 더 소통하고 싶어 했기에 2019년에 서귀포 시내에 있는 기관에서 환경정비 일인 청소를 했었다. 하지만 1년 계약직이기에 매년 다시 지원서를 내야 했고 선정 된다 하더라도 3년간 이 일자리에 선정 된 이후로는 다시 선정될 확률이 없었다. 그래서 다음 해의 일자리를 찾기 위해 2019년 12월 시 장애인 일자리 중에서 사무보조 일을 신청 했다. 그리고 2020년 1월에 선정 되어 어떤 기관에 배치되었다.


  나는 장애인 일자리 배치하는 업무 담당자에게 전화를 했다. 


  “ 일자리를 제공 했다면 장애인 특성에 맞는 업무를 주셔야 하는데…아무 업무도 없이 4시간을 자리만 지키다 오고 있습니다. 저의 딸이 일을 하고 싶어 하는데 일이 없어 너무 힘들어 하네요.”

   “그래도 가서 앉아 있기만 해도 그런 일자리라도 선정되기를 바라는 장애인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사람을 뽑아 놓고 일감을 주지 않는 다는 건 곤욕스러운 일이다. 장애인에게 업무 없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누구에게든 일이란 돈벌이만이 아닌 자기 가치 실현이자 삶을 적극적으로 살아가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임을 배제한 태도이다. 

  많은 사람들은 ‘ 장애인은 의존적이다. 의지가 없다. ‘등 장애인에 대한 많은 편견을 갖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장애인이 못 하는 게 아니라 이 사회가 못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어렵게 들어간 곳에서 애나는 환영 받지 못하고 있었다. 


  일 하고 싶어도 또 충분히 일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맞는 업무를 받지 못했다. 시 장애인 일자리에는 장애인에게 근로지도사가 지원 되지 않아 배치된 기관에서 발달 장애인에게 맞는 업무를 개발하거나 업무 지시를 줄 수 있는 여력이 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그 곳 건물에서 코로나로 인해 건물 출입구에 각 기관에서 돌아가며 방역 담당을 하기로 했다. 무료한 시간을 보내던 애나가 자신이 하겠다며 자원을 하였다. 애나는 맡은 일에 적극적이고 열심이었다. 이 일은 발달장애인의 특성과 청각장애인 애나에게 딱 맞았다. 누구든지 봐주는 일 없이 메뉴얼 그대로 정확하게 잘 처리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처한 이 일 조차도 일주일에 딱 한번 뿐이었다. 나머지 4일은 아무 일 없이 자리를 지켜야 만 했다.


  사실 나는 이런 직장을 다나는 것이 걱정이 되었다. 지금이야 열심히 일하고 싶어 하지만 이러다가 결국 놀고먹어도 월급이 나오는 것으로 받아들여 놈팽이가 되면 어쩌나 하고 말이다. 그런데 딸 애나는 나의 걱정과는 달리 업무도 주어지지 않았지만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지각 한번 안하고 다녔던 그 직장을 당당히 걷어차고 나왔다. 

  나오게 되기까지 그 직장을 그만 다니고 싶다고 몇 달 전부터 창업을 하게 도와 달라고 매일 졸랐었다. 그래서 장애인기업창업지원센터의 문을 두드리고 사업계획서를 아빠의 도움으로 신청하게 되었다. 1차 서류가 합격 한 후 정말 이 사업을 시작 할 건지 결정 할 순간에 나는 애나에게 창업했을 때와 지금 다니는 곳을 계속 다닐 때의 장단점을 비교해서 이야기 해줬다.


  ‘ 사장이기 때문에 월급을 받는 것처럼 정기적으로 돈을 가져가기 어려울 수 있다. 애나가 모은 돈을 창업 준비에 다 쓰고도 장사가 어려워 문을 닫으면 그 돈을 다 잃을 수 있다. 그러나 애나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

   또한 지금 직장은 애나가 책임지지 않아도 되고 하루 4시간만 시간 때우면 월급은 꼬박 꼬박 나오며 4대 보험도 된다. 하지만 할 일은 없고 1년 후면 이 직장은 그만 둬야 한다. 

  ‘ 그리고 결정하라고 했더니 애나가 종이에 무어라 써 놓고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깜짝 놀랐다. ‘고민’ 이라고 적혀 있었다. 고민이라는 단어를 알고 있을 거라는 전혀 생각을 못했다.
  학생 때부터 오랫동안 카페를 하고 싶어 했기에 고민은커녕 1초의 망설임도 없을 줄 알았다. 그리고 나는 애나에게 경제적 책임이라든지 자신이 쓸 수 있는 돈을 벌지 못 할 수 있다. 라는 등의 개념을 얼마만큼 이해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가 없었던 것 같다.


  순간 내가 부모라는 이유로 여태 애나에게 고민할 기회와 경제적으로 책임질 기회조차 주지 않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나의 모든 것을 내가 판단하고 선택해서 줬을 뿐 애나가 선택하고 책임지게 하지 않았던 것이다. 부모라는 이유로 선택할 기회와 책임질 기회를 박탈할 권리는 없다. 라는 가르침을 크게 배우는 순간이었다. 다음 날 아침 애나는 처음으로 밤새 고민한 결과 그래도 창업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그러고 나서 애나가 대면 심사를 보러 갔을 때였다. 심사위원들이 엄마인 나에게만 계속 질문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애나의 역할은 무엇이냐? ‘ 는 질문에 애나가 자신이 말하겠다며 “내가 사장이고 내가 책임질 거예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아자!” 라고 당당히 자신의 의지를 수어로 표현 했었다. 

  그 뒤로 애나는 장애인창업지원센터 지원 사업에 합격하게 되었고 그 곳에서 2,000만원을 지원 받은 돈과 자신이 잡초 뽑고 청소 일 하며 모은 돈을 보태어 애나의 숲을 시작하게 되었다. 적은 돈으로 창업을 해야 했기에 허투루 쓸 수가 없어서 낮에는 우리가 직접 인테리어 공사를 했고 밤에는 모여서 전략 회의를 했다.

  이 카페에서 애나가 최대한 많은 부분에 일을 할 수 있게 하기위해서 그리고 동시에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에 카페가 살아남을 제주의 특별함을 담은 아이템이 필요했다. 그래서 제주에서 제철에 나는 농작물로 수제 수프를 만들기로 했다. 

  이렇게 우리는 카페 이름부터 메뉴와 여러 중요한 것들을 사장님인 애나와 함께 결정해 나갔다. 드디어 2021년 8월 8일 애나의 이름을 건 수제수프전문 브런치 카페 “애나의 숲” 이 문을 열게 되었다. 애나의 업무로 내가 생각한 애나의 일감은 애나가 할 수 있는 일들부터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꽃에 물주기 테이블 닦기 커피 내리기 설거지 등,,, 그런데 그건 오로지 나의 생각일 뿐이었고 애나는 포스를 보겠다고 했다. 

  가장 중요한 업무인데 가능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던 건 사실이다. 그래서 2시간이나 설명하고 설득했고 동의됐다고 생각했는데 다음날 애나는 아침 일찍 출근해서 포스에 서 있는게 아닌가.
  ‘난 사장이니까 당연히 포스를 보는 게 맞다 ‘라고 사장님의 포스를 보여주는 듯 했다. 그런 모습을 보며 나 또한 애나의 능력이 어느 정도 인지 모르면서 무조건 안 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애나에게 기회가 있어야 애나의 능력을 알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애나는 포스를 책임지고 주문을 받는 사장님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의사소통이 어려운 애나의 뒤에서 우리가 말로 손님의 주문을 도와주고 있었다. 물론 사장님의 동의를 구하고 도움 … 아니 사실은 간섭을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기 때문에 뒤에서 우리가 도와주고 있는 것을 눈치 챈 애나는 화를 내며 도와주지 말라며 자신이 알아서 한다고 저리들 가라고 우리를 쫓아냈다. 그러더니 메모지와 펜을 손님에게 건네며 주문하실 메뉴를 적어 달라고 한다.

  애나의 숲에서 애나는 자신의 위치를 다른 사람이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아가고 있었고 손님과 의사소통 하는 방법을 알아서 만들어 가고 있었다.

  물론 애나의 숲에서는 황당한 에피소드도 많이 일어난다. 어느 날 야외 테이블의 손님이 당황해 하고 있고 김애나사장님은 자꾸 손님에게 자리를 옮기라고 하고 있었다. 나는 수프를 끓이다가 말고 뛰어나가 알아보니 ‘내가 딱 이 시간에 이 테이블에서 점심 식사를 했기에 손님이 다른 테이블로 옮겨 달라’ 는 요청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말이 요청이지 사실은 ‘옆 테이블로 옮겨라!’였다. “ 손님, 저희 사장님은 청각장애인이자 발달장애인이신데 일상 패턴의 틀이 깨지면 굉장히 힘들어 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이 테이블에서 이 시간에 항상 식사를 하셨거든요 그래서 옆 테이블로 옮겨 주실 수 있으실까요? 욕쟁이 할머니 식당에 일부러 찾아가 식사 하시는 것처럼 발달장애인 사장님의 특별한 서비스라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라고 손님들께 말씀드리니 웃으시며 옆 테이블로 옮겨 주셨다. 

  또 언젠가 어떤 손님의 스푼을 자꾸 빼앗아 오면 그 손님은 다시 조용히 또 스푼을 갖고 오고 그럼 또다시 애나 사장님은 그분의 스푼을 빼앗아 오기를 세 번이나 반복 하고 있었다. 이유인 즉은 함박스테이크 용으로 사용하는 스푼을 수프만 시키신 분이 사용하는 걸 보고 그 스푼을 빼앗아 온 것이다. 결국 애나가 다른 종류의 스푼을 주면서 그 손님과의 줄다리기는 끝이 났다. 

  아무리 손님이 많아도 12시만 되면 무조건 본인은 식사를 해야 하는 것도 손님의 스푼을 빼앗아 오는 해프닝에도 그래도 죄송하다는 말 대신 난 꼭 감사합니다. 라고 손님들에게 말하곤 한다. 사실 비장애인들은 발달 장애인과 이렇게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다. 그러나 애나의 숲에서라면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 발달장애인 사장님으로 인해 손님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 더 넓어지고 풍부해 질것이라 확신한다. 

  그러나 꼭 사과를 해야 하는 일들도 있다. 갑자기 손님이 많아져서 주문을 잘못 받기도 하고 서빙도 잘못나기도 했다. 불평이 많아진 손님들께 환불해 드리고 사장님이 사과하는 일들이 자주 생겼다. 이런 일들을 통해 혼자 하겠다고 얼씬도 못하게 했던 김애나 사장님은 이런 실수를 통해 다른 직원의 도움을 받아들이는 기회가 되었다. 이렇게 도움을 받아들이기 까지 7개월이 걸렸다. 

  캐나다의 장애관련 단체에서 일하시던 분이 말씀하시길 적게 걸린 거라 하셨다. 그러면서 이정도의 규모에서 장애인이 평등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 하면서 가게를 체계적으로 운영되게 하기 위해서는 20여명의 스텝들이 투입된다고 한다. 

  그러나 애나의 숲은 오직 직원 1명 사장 1명 그리고 자원봉사 1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애나가 사장 자리를 내려놓기 전에는 근로지도사의 지원을 받기 어렵다. 한사람의 인력이 그것도 애나에게 적절한 도움을 줄 사람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나 그래도 올해 1월에 있었던 일들을 생각 할 때 애나의 숲이 존재하는 분명한 이유를 버릴 수는 없었다.


  올해 1월 이였다. 코로나로 제주에 처음으로 2단계로 격상되자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겨졌다. 사장부터 모두들 매일 각자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시간을 때우는 것이 일상이었는데 김애나 사장님이 갑자기 직원회의를 하자고 모두를 모이게 했다. 요즘 손님이 없는데 어떻게 생각 하냐며 각자 손님을 많이 올수 있게 하는 방법 하나씩 의견을 내보라는 것이다. 사장님은 무얼 하시겠습니까? 하고 되물으니 1주에 한 번씩 한 살림을 가서 명함을 돌리겠노라 하는 것이다. 놀라왔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더니…. 회의를 소집할 줄도 알고 그런 아이디어를 낼 줄도 알다니!

   애나의 숲을 시작한지 1년이 가까와 왔다 이제 애나는 손님이 많을 때는 스스로 밥을 챙겨 먹기도 하고 바쁜 시기가 지날 때 까지 열심히 일을 하며 기다리기도 한다. 아무리 바뀌게 하려고 교육을 하거나 치료실을 다녀도 어려웠던 것들이 직접적으로 사람들을 만나며 그것도 정당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사장과 손님으로서의 만남을 통해 바뀌고 있고 변화 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셀프서비스 화면 터치를 통해 손님이 직접 주문하는 기계를 들여왔다. 손님이 많아져서 주방에 손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했고 비장애인인 나도 몰려오는 손님의 주문을 제대로 못 받아 실수가 잦아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애나는 주방에서 커피와 음료를 담당하고 설거지 테이블 닦는 것 감자나 당근을 깎고, 자르고 소분하고 레몬을 씻고 짜는 등 애나의 숲 모든 과정에 상당히 많은 부분 업무를 담당해 가고 있다. 물론 사장 갑질도 제대로 하고 계신다.  “오늘 마감 담당은 누구지?” 확인 하시고 본인은 칼 퇴근하신다. 내가 볼일이 있어 외출하면 꼭 전화해서 손님 왔으니 빨리 들어오라며 심하게 잔소리를 하신다.

   “아무리 직업교육 직업재활을 해도 직장 현장에서가 더 빛납니다. 그들도 진짜와 가짜의 차이를 잘 압니다.” 서울 커리어플러스 센터장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오늘 김애나 사장님이 직접 레몬을 씻고 자르고 착즙한 레몬즙을 갖고 능숙하게 에이드를 만들고는 컵에 무어라 적고 있었다. 보통 직원들은 하루 동안 사용할 컵에 자신의 이름을 써 넣고는 하는데 가만히 드려다 보니 ‘사장님’ 이라 써 놓았다. 

  카페를 운영하기에는 가장 어려운 시기에 시작한 발달장애자립프로젝트 애나의 숲은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지만 애나의 숲의 사장님은 이름만 사장인 게 아니라 진짜 사장의 자리에서 오늘도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