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장애인식개선 글공모전(일반부) 부문[최우수상_함께하는 연대의 힘]

2023-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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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우수상]  함께하는 연대의 힘 

                        

저에겐 세상 누구보다 특별한 아들이 있습니다.


나의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아들은 겉모습은 또래의 다른 아이들과 달라 보이지 않지만, 자세히 보면 자기만의 세계에서 특별한 행동을 일삼는 아이입니다. 한해 한해 아이가 커 갈수록 이 아이의 행동들은 더 특별하게 여겨지기 시작하고 사회는 내 아들에게 ‘자폐성 장애’라는 병명을 주고 ‘장애인’이라는 명찰도 주었습니다. 이 경험의 시작은 엄마로 하여금 어둠 속을 걸어가게 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내 아들의 유아기 시절, 나는 사람이 많이 붐비는 주말이면 사람들을 피해 아이들과 집에서 지내는 게 전부였던 너무도 못난 엄마였습니다. 나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사회 환경이 나와 내 아이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막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장애가 있는 내 아이가 밖으로 나갔을 때 장애로 인해 할 수 있는 돌발 행동들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일로 여겨지고, 그런 내 아이를 남들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초리가 저의 자존심을 짓밟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왜 이렇게 자존심은 더 세져만 갔었는지... 쓸데없는 자존심으로 날씨가 좋은 날에도 집에서 육아하는 날이 다반사였습니다.그래서인지 날씨가 좋은 주말이면 엄마로서의 죄책감 인 것처럼 왜 그렇게 눈물이 났어야 했을까요?


그렇게 쓸데없는 눈물을 흘리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자존심 쎈 엄마 때문에 장애인이 아닌‘이윤건’이라는 이름의 소중한 내 아이의 본연의 인생에 제일 중요한 유아기 시절을 망치고 있는 건 아닌가?


내 아이가 너무 불쌍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다짐하고, 용기내어 밖으로 나왔습니다.


물론 밖으로 나오기 전에는 만반의 준비도 했습니다. 사람들이 많지 않은 곳, 사람들이 많지 않은 시간, 장애를 가진 내 아이가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장소, 내 특별한 아이와의 주말 육아를 위해 철저한 계획 후에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제가 계획한 시간에 제가 계획한 장소에 있는 또 다른 아이, 그 아이를 보며 참으로도 마음이 쓰이고 눈길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나의 특별한 아이와 비슷한 누군가의 특별한 아이 같았습니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같은 장소에서 육아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를 것입니다. 갑자기 쓸데없는 자존심 따위도 없어진 나는 “안녕하세요? 아이가 몇 살이예요?”라고 하며 말을 걸었습니다. 거기에 대고 쓸데없이 “저의 아이는 조금 느려 가지고요.” 라고 말을 덧붙였습니다. 그러자 그 엄마도 “저희 아이도 아직 말을 못 해요”라고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본 아이와 엄마가 왜 이렇게 내 사람들 같았던 걸까요?


그때 느꼈습니다. 같이 키우고 싶었습니다. 저 특별한 아이도, 내 아이를 키우는 마음으로... 그때는 쓸데없는 자존심도 아닌 쓸데없는 연민일지도 모르겠지만, 마음이 참으로 짠~하고 애틋했습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용기를 내어 우리 윤건이와 같은 특별한 아이들의 엄마들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누가 먼저 나서서 같이 하자고 하지 않으면 선 듯 함께 하기 어려운 부모들이었나 봅니다. 내가 먼저 손을 내밀자 많은 가족들이 나와 윤건이의 옆에서 함께 육아를 하게 되었고, 우리는 가족 같은 공동체가 되었습니다. 함께 한다는 건 어려운게 아니지만, 특별한 아이를 키우는 우리 부모들에게는 먼저 손을 내민다는건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먼저 내민 손을 뿌리치지 않았기에 함께 하는 마음들이 모여 지금의 공동체가 되고, 우리는 그 연대의 힘으로 자신감 있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같은 마음을 가진 가족들의 육아 공동체를 통해 우리는 참 많은 일을 해내고 있습니다. 선 후배 부모들은 서로의 멘토가 되어주고, 장애 아이들의 비장애형제자매들은 우리 공동체의 모든 아이들의 언니, 오빠, 동생이 되어 한 가족이 되었습니다. 올 봄에는 우리 공동체를 응원해주는 분들의 후원으로 우리 공동체만의 가족체육대회도 했습니다. 그렇게 우리를 밀어내는 것만 같았던 사회가 이젠 우리를 응원해주고 함께 가자고 손을 내밀고 있습니다.

 

‘살아간다는 건 이런게 아니겠니, 함께 숨 쉬는 마음이 있다는 것.

그것만큼 든든한 벽은 없을 것 같아.

그 수많은 시련을 이겨내기 위해서 우리 힘들지만 함께 걷고 있었다는 것.

그 어떤 기쁨과도 바꿀수는 없지’

(‘함께’-노을 )

 

이 노래 가사처럼 우리 함께하는 힘이 있다는게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나 봅니다. 요즘은 매주 우리가 함께하는 공동육아 만남을 통해 행복해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자신감 넘치는 엄마,아빠들의 소통의 시간들로 하루하루를 채워가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특별한 아이도, 특별한 삶을 사는 부모도, 결코 특별하지만은 않은 사람들이 아니기에 이 사회에서 함께 행복을 노래하겠습니다.